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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유령> : 첩보와 서스펜스의 극한을 달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by 토토라이언 2025. 4. 17.

2023년 개봉한 영화 <유령>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 내부에 숨어든 정체불명의 스파이 ‘유령’을 찾기 위해 벌어지는 숨 막히는 심리전과 액션을 담은 미스터리 첩보 스릴러입니다. 《밀정》, 《암살》 등으로 익숙한 시대적 배경이지만, 《유령》은 보다 제한된 공간과 인물 간의 심리적 긴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 영화를 시도했습니다.


1.영화의 특징
감독은 《독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해영이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서현우, 김동희 등 탄탄한 배우진이 출연해 각기 다른 매력의 캐릭터들을 소화해냈습니다. 특히 이하늬는 총독부 통신과 암호담당 직원 ‘박차경’ 역을 맡아 강단 있고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었고, 박소담은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존재감을 지닌 ‘유리코’로 극의 긴장감을 더합니다. 설경구는 특유의 무게감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관객을 의심과 몰입의 연속으로 이끕니다.

《유령》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뛰어난 미장센, 그리고 숨겨진 정체에 대한 끊임없는 추리 요소로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유령’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설정은, 영화 내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만들며 장르적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또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전개되는 액션과 심리전은 밀실극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며, 한국형 첩보 스릴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시대극과 첩보,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유령》은 확실히 즐길 만한 작품입니다.

2. 등장인물 분석과 결말 해석: 진짜 ‘유령’은 누구였나?

<유령>은 단순한 첩보극이 아닌, 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밀도 높은 드라마입니다. 모든 인물이 의심스럽고, 누구 하나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의 정체와 의도가 하나씩 드러나는 구조는 마치 추리 게임을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그 중심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 박차경 (이하늬 분)

총독부 통신과 암호 담당 직원으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태도가 인상적인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공무원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진짜 내면과 숨은 감정이 드러납니다. 차경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조국에 대한 의무감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인물로,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유령’ 후보 중 한 명입니다. 후반부에는 주도적인 선택을 통해 캐릭터가 완전히 변모합니다.


■ 유리코 (박소담 분)

총독부 고위 관리의 비서이자, 일본인으로 알려진 캐릭터입니다. 차가운 외면과 예측 불가능한 언행으로 인해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습니다. 유리코는 이야기 내내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며, 비밀을 품은 듯한 미묘한 시선 처리와 말투는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합니다. 그녀의 진짜 정체는 영화 후반부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며 관객을 놀라게 합니다.


■ 무라야마 준지 (설경구 분)

총독부 경무국 소속 형사로, 유령 색출 작전을 주도합니다. 외형적으로는 일본 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내면의 균열이 드러납니다. 무라야마는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극 후반부에서 그의 행동은 관객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 천계장 (서현우 분)

경성 호텔의 요리사로, 얼핏 보면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하지만 은근히 중요한 정보들을 알고 있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을 교묘하게 관찰하며 자신의 입장을 굳혀가는 인물입니다. 의외의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후반부에는 숨겨진 내면을 드러냅니다.


■ 백호 (김동희 분)

총독부 암호 담당 막내 직원으로, 가장 어리지만 눈치를 빠르게 챕니다. 처음에는 다소 수동적인 인물이지만, 사건이 점점 위기를 향해 치달을수록 백호의 행동도 예측불가한 흐름을 타게 됩니다. 캐릭터의 불안정함은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3.결말 해석: 진짜 유령은 누구였을까?

결말부에 이르러, 진짜 유령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은 아닙니다. 《유령》은 ‘누가 유령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어떤 선택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도, 그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또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에 따라 관객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죠.

박차경과 유리코, 무라야마의 선택은 각각의 신념과 갈등을 대변합니다. 단순한 스파이물의 구도를 넘어서, 영화는 각자의 ‘저항 방식’을 보여주며, 그것이 비폭력일 수도 있고, 은밀한 작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결말에서 ‘유령’의 존재는 상징적으로 확대되어, 단 한 명이 아닌 ‘저항하는 모든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누가 배신자인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누가 진짜 자신에게 충실했는가’를 묻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유령》이라는 제목이 얼마나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